식품 유통 환경에서 신선도 유지라는 주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보존 기술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기술적 과제가 되었다. 특히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퓨어스페이스가 제안하는 신선도 유지 시스템은 농산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유통 환경에서 발생하는 무형의 문제—즉, 에틸렌 가스의 축적과 그에 따른 부패 현상—를 정밀하게 인식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음식물 폐기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솔루션이다. HOONSTUDIO는 이 신선도 유지 기술이 담고 있는 사회적 가치와 기술적 정교함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을 기획하였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보이지 않는 흐름의 시각화’라는 개념이었다. 에틸렌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농산물에게는 숙성을 앞당기고 부패를 유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했다. HOONSTUDIO는 이 무형의 기능성을 물리적 형태와 인터페이스 설계로 시각화함으로써, 기술의 존재감과 작동성을 동시에 전달하고자 했다. 본 제품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전체 유통 생태계 속에서 신선도를 지켜내는 하나의 ‘환경적 수호자’로 자리 잡아야 했기 때문에, 외형은 정제되고 투명하며 기능성을 상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외관은 자연의 질서와 닮은 곡선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직선이 주는 인공성과 긴장을 피하고, 자연과 호흡하는 듯한 유기적 라인을 통해 생명과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조작부와 디스플레이 영역은 높은 정보 명료도와 직관성을 중심으로 배치되었고, 유통센터 또는 콜드체인 공간이라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해 반사나 눈부심이 없는 무광 마감 소재가 적용되었다. 컬러는 시각적으로 청결하고 신뢰감을 주는 흰색과 은색 계열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투명 디퓨저와 상태등을 통해 시스템이 공기를 감지하고 정화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시스템의 작동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 존재로 인해 유통 공간의 공기가 안정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감성적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본 시스템은 미국 농무부(USDA)와 환경보호청(EPA)가 주도하는 ‘U.S. Food Loss and Waste 2030 Champions’ 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미국 대형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농산물 유통 중 발생하는 식품 폐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HOONSTUDIO는 이러한 거시적 목표에 발맞춰, 단지 상품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넘어서 기술과 환경, 유통을 매개로 하는 브랜드 메시지 전체를 디자인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특히 B2B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이 단단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심미성과 기능성의 균형을 매우 섬세하게 조율하였다.
또한 디자인은 제품 하나의 완결성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 퓨어스페이스가 전개할 다양한 라인업과 모듈 확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체계적으로 기획되었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 언어는 다른 크기나 기능을 가진 제품군에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범용성과 통일성을 확보하였으며, 공공 물류센터에서부터 리테일 체인, 창고형 마트, 항공·해상 유통까지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이질감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했다.
결국 이 제품은 ‘기술적 장치’라기보다 ‘환경을 바꾸는 존재’로 작동해야 했다. HOONSTUDIO는 단순히 공기 중의 유해가스를 제거한다는 기술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이 시스템이 존재함으로써 공간의 공기가 살아 숨 쉬며, 유통 과정이 생명 친화적인 흐름으로 바뀐다는 상징을 디자인으로 담아냈다. 조용히 제 기능을 다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시스템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생명력을 보호하는 장치’라는 철학 아래 완성되었으며, 디자인은 그러한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로 작용하고 있다.
HOONSTUDIO’s design for the PURESPACE freshness preservation system embodies a seamless integration of advanced technology and environmental responsibility. At its core, this system aims to extend the freshness of agricultural products by removing ethylene gas—a natural plant hormone that accelerates ripening and decay. Though invisible to the human eye, ethylene accumulation in cold chain logistics environments can lead to significant food loss. HOONSTUDIO translated this invisible yet powerful concept into a tangible and trustworthy design.
The design language communicates cleanliness, reliability, and a gentle technological presence. With a smooth, organic exterior and minimal interface, the product conveys its function without overwhelming the user. The use of neutral, hygienic colors such as white and silver enhances its presence in logistics centers and supermarkets, while embedded indicators intuitively show system status.
Rather than treating the device as just another industrial machine, HOONSTUDIO envisioned it as a quiet guardian of freshness. The design helps users trust in its silent performance, subtly transforming the logistics environment into a more sustainable ecosystem. As part of a global movement to reduce food waste and CO₂ emissions, this design doesn’t just support technology—it tells a story of responsibility, innovation, and hope for a better planet.